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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콘이 잘 동작하지 않을 때 그 원인이 삼파장에 의한 것이 확실하다면 해결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가 사용하는 Denon ARV-1802 리시버에서 그런 문제가 있었습니다. 처음 거실에 셋팅을 마치고 나서 동작을 시켜보니 리모콘이 거의 먹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감도 문제인가 해서 가까이 대보고 해봐도 마찬가지로 10번에 한 번 되는 정도였습니다. 당시 거실에는 리시버 외에 리모콘으로 동작하는 전자 제품은 TV와 VTR, 에어콘 뿐이었는데 물론 이 제품들의 리모콘 사용에 문제가 있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죠.
처음에는 배터리 문제인가 해서 새 배터리로 갈아봐도 마찬가지 여서 리모콘 문제인가 했으나 리서버 리모콘의 프리셋 기능으로 TV를 콘트롤해 봐도 TV는 아무 문제없이 콘트롤 되었습니다. 그래서 리모콘 수신부가 문제라고 결론을 내리고 마침 구입 직후여서 박스를 버리기 전이었기에 다시 재포장을 한 후 회사 반차까지 내고 삼원에 직접 들고갔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직원들 대부분, 특히 AS 관련 담당자는 동료 직원의 조사에 가서 없고 남아있는 직원 몇몇은 지금 당장 처리가 안된다고 다음에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황당해서 상황을 다 설명하고 교환을 요구했으나 자기들은 기사를 통한 점검을 반드시 거쳐야 하고 제품은 입고 즉시 대리점 및 소매점에 풀기 때문에 자기들한테는 교환해줄 재고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한참 실랑이 중 삼원 문닫을 시간이 되니 직원들이 오더군요. 저는 흥분해서 씩씩거리던 참이었고 기사에게 의기양양하게 상태를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한번 테스트 해보자고 AS실로 가져가서 테스트 해보는데 이게 왠일입니까? 5m 밖에서 눌러도 잘되는거 아니겠습니까? 엄청 당혹스러울만큼 쪽팔리더군요. 어쩔 수 있나요, 혹시나 해서 리모콘만 다른 걸로 교환해서 깨갱하며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거실에 다시 설치 전에 문간방에 잠시 나두었다가 이상하다 싶어 그 방에서 테스트를 해보니 삼원에서처럼 잘되더군요. 새 리모콘 때문인가 아니면 오고가는 도중 약간의 충격이 약발이 있었나 하며 거실에 다시 설치를 했는데 또 안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리모콘의 적외선을 잘 모아서 수신부로 보내볼까 하는 생각에 수신부를 손으로 가려 그림자가 지게 하자 잘 되었습니다. 앞뒤 정황을 따져 엔지니어로서의 사고를 적용하여 곰곰히 생각해보니 거실의 형광등이 삼파장인데 우연히도 데논 리모콘의 파장과 간섭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때만해도 AV는 처음이라 이런 경우에 대한 견문이 전무했기에 이런 뻔한 결론을 내리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이었습니다.
원인은 알았으니 해법을 찾는 것은 금방이었습니다. 리모콘 수신부로 들어가는 파장에서 삼파장의 영향을 제거(filtering)하면 되는 것이었죠. 즉, 늘 손으로 그림자를 지게 할 수 없으니 그 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대체품을 찾으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뭐가 좋을까 생각해본 결과 주위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제 주위에는 널렸습니다) 제품 포장용 ESD(정전기 방지) 비닐 봉투를 적당히 잘라 양면 테이프로 리모콘 수신부에 붙여주었더니 뽀대도 괜찮고 동작도 아주 잘 되었습니다.

마지막 한 줄 때문에 앞에 주저리주저리 사설이 길었는데
빛의 일부만 통과시킬 수 있는 거면 뭐든지 판넬 색상에 맞춰 리모콘 수신부에 붙여주면 삼파장에 의한 간섭은 배제시킬 수 있습니다.
셀로판지도 좋고, 심지어 A4지도 됩니다. 3M 매직테이프 붙였는데 잘 작동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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